5월 제주 극기 훈련 (2)
극기 훈련 일지를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은 없었지만 기록할게 많은걸 어떡해!
한라산 갔다 온 다음날 훈련은 숲 속 요가 세션이 남아있었다. 머체왓숲길에서 진행하는 요가 클래스를 일행이 예약해줘서 참여했는데 생각보다 매우 좋았다.
숙소에서 차로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곳이였는데 사방으로 오름 풍경이 굉장히 멋있었다. 초입에서 요가하러 가는 곳까지 조금 걸어야했는데 가는 동안 비밀의 정원을 걷는 듯한 풍경들이 계속 이어졌다.
인솔자 선생님이 먼저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제안한 순간 마치 그 말을 기다린 사람들처럼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는데, 인솔자 분이 약간 귀찮아하는 것 같았지만^^ 자연스럽게 웃으라면서 포즈 디렉션까지 주는 열정을 보여주신 덕분에 좋은 풍경 배경으로 사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오솔길 옆으로 쑥 들어가면 이렇게 나무가 빼곡한 진짜 말 그대로 '숲'이 나오는데 여기에 냅다 자리를 깔고 요가를 하는 것이였다.. 본격적으로 시작 전에 누워서 쉬는 시간을 가졌는데, 평소에 이렇게 숲 속에 누워서 하늘을 볼 일이 없었다보니 굉장히 다른 시공간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주변 환경때문에 마치 요가 마스터가 된 기분으로 등산에 지친 몸으로 선생님의 시범을 뚝딱이면서 따라하다 보면 클래스가 금방 끝난다. 다 마치고 나서 보이차도 한 잔 얻어 마셨다. 장소가 좋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릴렉싱되고 좋았던 시간.
다 끝나고 나니까 승마 체험을 하는 분들이 지나갔는데 행렬 맨 끝에 조랑말들이 쫄래쫄래 따라가는게 너무 귀여웠다. 말들의 주인 선생님 말로는 뭔지도 모르고 그냥 따라오는 걸거라고 ㅠㅠ 귀여워..
그리고 시간이 애매하게 남은 극기훈련 팀은 쉴 수 없기에.. 선녀탕을 구경갔는데 수영을 하겠다는 처음 의지와는 달리 바람이 많이 불고 왠지 수영복을 안챙겨와서 머쓱한 나머지 물구경을 하면서 간식을 먹다가 근처 비스트로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네 명의 성인 여성들이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사장님 한 명이서 운영하는 가게에 쳐들어가서 음식 나오기 전까지 계속 배고프다고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아마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장님이 식은땀을 흘리시면서 음식을 하셨을거다. 거의 가게의 모든 메뉴를 다 먹고 나와서 노을 구경하고 숙소 들어가는 길에 떡볶이 사서 들어갔다^^ 뭔가 다들 별로 배 안고픈데~하면서 계속 잘 먹어서 웃겼고 그렇게 힘든데도 사진찍고 구경하고 들어와서 또 수다 떨고 시간을 보낸게 힘들었지만 역시 지나고 나니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극기 훈련의 마지막은 모닝 해변 달리깅으로 장식했다. 잊었겠지만 달리기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온 것이라 해변가 조깅을 참을 수 없어서 마지막 코스로 넣었는데 다들 피곤하고 힘드니까 가기 싫어했다. 하지만 내가 만든^^ 단체티 입고 인증사진 남겨야해서 지옥에서 온 교관처럼 다 깨워서 데리고 나갔다. 근데 나도 엄청 피곤해서 혓바닥이 다 부어있었다는 사실..
페이스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좋은 경치를 보면서 달렸다는게 중요하지^^ 다들 힘들어했지만 즐거워했을거다 아마도?
생각보다 피곤한 일정이었는데 같이 간 친구들이 있어서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후로 만나는 사람마다 한라산 갔다왔다고 엄청 자랑도 하고^^ 이렇게 3개월이나 지나서 까지 추억 팔이를 할 수 있는걸 보면 임팩트있는 사건이긴하다.
다음에는 꼭 수상 버전으로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