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더 현대 서울은 다양한 특장점을 갖고 있지만, 그중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식품 MD다. 서울에 있는 백화점 중에 식품과 F&B 규모가 가장 크다고 알고 있는데 정말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더 현대 서울만의 식품관인 테이스티 서울 마켓 Tasty Seoul Market도 존재감있게 지하 1층을 차지하고 있다.
테이스티 서울 마켓(줄여서 TSM) 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발 프로젝트도 오픈 비주얼 작업만큼 중요하게 진행해서 과정을 남겨보려고 한다.
오픈 전부터 식품 층이 중요하다고 얘기를 듣긴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식품관은 '젊은 이미지'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브랜드를 적용했으면 한다는 계획을 공유받았고, 디자인팀은 곧이어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사실 현백에는 현대식품관이라는 훌륭한 브랜드가 있기에 그걸 잘 적용해볼 생각이어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는 아니었는데..., 오래 생각할 시간 없이 바로 뛰어들어야만 했다.
기획
그렇게 던져진 프로젝트는 이름과 컨셉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디자인팀이 가진 단서는 '식품관'과 'young함...' 원물과 생산지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해온 현대식품관을 계승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거기에 좀 더 요즘의 생활문화와 환경 등을 고려해 그쪽에 초점을 맞춘 '젊은' 컨셉을 가미하기로 했다. 20대부터 타깃으로 설정했으나 구매 가격대가 낮지 않고, 점포 주변에 회사와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 30~40대가 주요 구매층이 되리라 예상했다. 이 예상 고객들은 식품과 식문화를 활발하게 소비하고 요리를 단순히 끼니 해결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돌보는 차원에서 생각하며 식재료를 탐구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가정했다.
브랜드의 최종 모습을 구상하며 내가 생각했던 시나리오는 이랬다.
3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 A. 혼자 산 지 10년이 넘었지만, A는 여전히 요리가 낯설다. 오늘은 길고 긴 문서들을 뒤로 미루고 미련 없이 퇴근한 금요일. 지친 한 주를 보상받고 싶어 간단하게 와인과 함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본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저녁을 먹으려 한다. 식품관에 도착해 제일 먼저 제철 과일과 채소를 고른다. 재료들은 왜 이렇게 늘 4인 가구 기준인지. 과일과 채소를 한 아름 들고 소분 코너에 가서 1인용에 알맞게 나눠 받는다. 소고기는 언제 봐도 어딜 사야 할지 모르겠지만 점원의 도움을 받아 장바구니에 넣고, 샐러드에 넣을 드레싱을 그로서리 코너에서 추천받는다. 요즘은 수입 그로서리가 다양하다. 바로 뒤를 돌면 위치한 치즈 코너에 가서 황홀한 패키지 사이에서 와인과 어울리는 치즈 몇 가지 담는다. 식품관을 나서서 와인웍스에서 추천받은 와인 한 병과 함께 집으로 향한다.
30대 후반의 여의도 직장인 B.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B는 오늘도 야근하다가 문득 집에 가면 텅 빈 냉장고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장 오늘치 아이 몫의 이유식은 있지만, 나는 뭘 먹지? 일단 사무실 앞에 있는 백화점 식품관으로 향한다. 최근 HMR 상품이 다양해져서 요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국과 반찬 몇 가지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반찬 코너에 잘 갖춰져 윤이 반짝 나는 반찬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추가로 몇 개 구매한다. 내일 아침 먹을 샐러드도 함께 담으며 맥주도 살짝 추가해 계산대로 향한다.
위 예상 구매 시나리오의 공통점은 현생 바쁜 직장인도, 요리에 서툰 사람도, 살림 만렙도 새로운 식품관에서 모두 본인 스타일에 맞는 식재료를 찾고 실험해볼 수 있는 점이었고, 이런 인상을 고객에게 주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브랜드가 활기찬 모습이면서 소비자에게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모습을 그렸었다. 상품이 기본적으로 훌륭하다는 전제하에 실제 예상 구매층에게 내가 돈을 써도 괜찮은 브랜드, 내용이 궁금한 브랜드가 되길 바랐고, 예비 고객에는 소비하고 싶은 브랜드, 흠모?의 대상이 되기를 희망했다.
더 현대 서울 오프닝 비주얼과 동시에 벌어진 일이라 둘 다 비슷한 프로세스로 진행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인제 와서 비교해보자면 오프닝 비주얼은 컨셉 키워드와 필요조건을 초반에 명확하게 정하고 시각적 결과물에 비교적 열린 마음이었던 것에 비해, 이 프로젝트는 브랜딩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최종 결과물의 무드와 스타일을 어느 정도 그려놓고 디테일한 구성을 채워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 것 같다.
협업
처음엔 뭔갈 많이 할 생각이 없었다. 간단하게 로고랑 쇼핑백 정도만 하면 되지 않을까 했지만 생각하니 사진도 필요하고, POP도 필요하고, 그러려면 그래픽 시스템도 있어야 하고...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일단 이름부터 만들어야 하니, 네이밍과 슬로건 그리고 사진 촬영까지 진행해 줄 팀과 BI 그래픽을 만들어줄 팀이 필요했다.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내부적으로 원하는 요건과 일정이 허락하는 두 팀(로우프레스 & 워크스)가 선정되었고 우리와 함께 약 4개월의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
중반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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