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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일기/연말결산

2. 테이스티 서울 마켓 Tasty Seoul Market - 중반부

 

과정들

네이밍, 슬로건, 촬영, 디자인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기억도 헝클어져 있다. 네이밍은 식품관이 위치한 지하 1층의 이름 'Tasty Seoul'에서 파생된 'Tasty Seoul Market'으로 결정되었고, 슬로건은 식자재에 대한 존중과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 식문화를 포괄적으로 나타낸다는 의미를 더해 <Collect Tastes, Daily Happiness> 로 브랜드를 표현하기로 했다. 로우프레스에서 다방면으로 의미 있는 네이밍 후보들을 제안해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예상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가장 걸맞는 방안으로 조합해 최종안을 선정했다.

브랜드 이미지도 로우프레스와 함께 진행했다. 식탁 위에 놓인 자연스러운 원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고 세련되지만, 너무 가볍지 않게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젊은 느낌'을 강조 받다 보니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편인 나도 이게 젊은 건지 아닌지.. 진짜 젊은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프로덕션을 맡은 로우프레스 에디터분들과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의 노력 덕분에 촬영이 잘 마무리되었다. 현장이 매우 추워서 발이 시렸던 기억이 난다...

 

많이 추웠던 날의 촬영 현장 스케치. 자연광이 멋지게 들어오는 곳이였다. 

브랜드 이미지는 액자 형태로 만들어져 상품 코너 곳곳에 걸리는데 이는 식품관에 들어온 고객이 액자만 보더라도 현재 어떤 코너에 있는지 알 수 있게 해 일종의 사이니지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이미지가 가장 크게 들어간 곳은 계산대 출구 쪽에 있는 와이드 컬러고 여기는 광고 역할을 하는 브랜드 대표 이미지가 적용되어있다. 매장 내 걸린 액자와 이 대표 이미지를 통해 고객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방향성을 느끼게끔 하고 싶었다. 브랜드 메인 컷에서는 식탁을 사이로 사람들이 음식을 나누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어서 손을 넣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 컷은 특히 내가 손 모델로 참여해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앞으로 손 모델 필요하면 연락해주세요^^)

 

각 코너를 브랜드 분위기를 녹여 만든 이미지들 사진 (c) 현대백화점

 

브랜드의 인상을 좌우하는 로고 타입과 그래픽 요소들은 디자인 스튜디오 워크스에서 작업했는데, 상상했던 브랜드 분위기와 매우 잘 맞아떨어졌다. 볼드하고 획의 대비가 명확한 타이포그래피를 바탕으로 둔 로고 타입과 피크닉 매트에서 영감을 받은 주황색과 보라색이 교차된 경쾌한 컬러 조합의 그래픽 패턴을 제안해주었다. 이 그래픽은 사이니지는 물론 쇼핑백, 포장용 스티커, 리본 등 다양하게 활용되었는데 매장 오픈 후에 쇼핑백을 길거리에서 생각보다 많이 마주쳐서 볼 때마다 반가웠다.

 

테이스티 서울 마켓 로고로 만들어진 사이니지와 아이코닉한 쇼핑백 사진 (c) 현대백화점

 

그 외에 추가로 내부에서는 전달받은 그래픽 요소들을 활용해 제작물들에 적용할 규칙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예를 들면 이미지와 함께 쓰일 때는 세로로 라인을 적용하고 텍스트나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쓰일 때는 가로로 라인을 적용해 정보가 구분되어 잘 읽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 시스템은 POP 등의 정보를 알리는 제작물에 활용됐다.

 

 

업무 범위가 작지 않다 보니 필요한 내용만 쓴다고 생각했지만, 글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사실 글로 다 쓸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었다. 예상했던 디자인 시안과 다른 게 선택되기도 했고 촬영 현장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까지 맞닥뜨린 크고 작은 굴곡들뿐만 아니라 사이니지에 국문을 크게 쓸지 영문을 크게 쓸지 협업 부서와 실랑이하고, 발주했던 작업물 크기가 잘못 나와서 오픈 하루 전에 재발주하기도 하고, 원하는 색상의 리본은 염색이 어려워서 할 수 없이 다른 색상으로 발주하고, 흰색 종이 쇼핑백 대신 크라프트지를 원하는 담당 부서를 설득해야만 하기도 했다.

우당탕탕하며 일했지만 프로젝트는 혼자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같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간 은하 책임님이 없었다면 진작에 엎어졌을지도 모른다. 기획한다고 우기고 이것저것 조율할 것도 체크해야 할 것도 많았는데 동료와 업무를 나눠서 진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협업의 중요성을 또 한 번 느꼈다. 

 

 

후반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