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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일기/연말결산

[2022 연말결산] 온브릭스 1

올 한 해 동안 과일 전문 버티컬 플랫폼 온브릭스 www.onbrix.co.kr 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온브릭스는 ‘수치로 나타내는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과일을 엄선해 고객에게 프리미엄 과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인다.’라는 원칙을 제일 중요하게 삼는 과일 전문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온브릭스는 자사몰도 운영하고 있지만,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주로 고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특징은 상품을 받아보는 사람이 스스로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온브릭스는 선물을 주는 사람에게는 전반적으로 통일성 있게 구성된 다양한 상품 라인에서 신뢰를 주고, 받는 사람은 선물을 받았을 때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좀 더 기억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상품 선정의 기준이 다른 ‘프리미엄 과일’을 판매하는 것을 고객에게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길 원했습니다. 기존에는 다양한 동종 업계 상품 속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캐릭터나 유행어를 활용한 기획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고, 특별한 기준 없이 만들어지는 디자인은 우수한 상품 품질을 나타내기에 다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당장 디자인부터 시작할 수는 없어서 우선 온브릭스라는 브랜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어갈 것인지를 그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브랜드를 처음 만든 대표와 여러 차례 인터뷰 시간을 갖고, 또 기존에 브랜드를 만들어 온 팀원들과 현재와 앞으로의 브랜드 지향점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사몰 운영으로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주요 고객인 30~40대 여성을 타깃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팀 워크샵을 통해 뽑은 온브릭스를 나타내는 키워드들

더 나아가 온브릭스의 타겟 고객은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며,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맛을 경험하길 좋아하며,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특징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토론 과정과 동정 업계 리서치 등을 통해 점차 온브릭스가 나아가야 할 모습을 상세하게 그릴 수 있었고,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TBWA 브랜드 특강'에서 배운 브랜드 트리 도구를 활용해 브랜드를 언어로 정의해 봤습니다.

이 브랜드 트리를 만들면서 ‘탐미’라는 가치관을 녹여내는 것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사실 과일을 사 먹는 건 삶의 필수 요소도 아니고, 어느 정도 삶과 시간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 제철 과일이 무엇인지 알고, 알맞은 시기에 수확한 과일을 찾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과일의 맛과 향은 매우 복잡하고 다채롭습니다. 계절이 시작할 때, 무르익었을 때의 모양, 강도, 향이 각각 다르고 같은 과일도 먹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각도 서로 다릅니다. 이는 과일을 ‘먹는다’는 행위에만 집중해서 볼 때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래서 브랜드 소개에 ‘원물’이라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온브릭스는 그 많고 다채로운 과일 사이에서 최상의 경험을 줄 수 있는 상품만 선별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면 어느 진지한 수집가의 마음과 견주어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마음은 곧 미식과 미학을 추구하는 것으로 생각했고, 이 점을 온브릭스의 차별점으로 강조해 브랜드 가치관과 시각적인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또 발견한 중요한 점은 과일은 ‘자연물’이라는 점입니다. 과일은 계절, 기후, 그리고 주변 환경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입니다. 아무래도 농산물이니까요. 온브릭스는 과일이 가장 맛있는 때를 잘 아는 전문가들이 과일의 신선함과 생동감이 가장 절정일 때 고객과 상품을 만나게 해 줍니다. 이를 종합해 앞서 이야기한 ‘탐미’라는 가치와 자연물이라는 ‘생동감’을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주요 키워드로 삼았습니다.

 

숫자와 같은 객관적 기준을 가지고 원물을 선별한다는 기존의 가치관을 살리되 새로운 두 가지 키워드를 더해 새로운 온브릭스의 모습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언뜻 보면 서로 달라 보이는 지향점을 로고타입에서 잘 융화된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프리미엄 과일 시장에 새로운 기준이 되겠다는 다소 야심 찬 포부를 직선을 활용해 브릭스 brix(당도 측정 기준 단위) 단어에 표현하고 그와 대비되는 자연물인 과일 외형을 닮은 곡선이 도드라진 이탤릭 서체를 ‘온’에 적용했습니다. 마침 ‘O’는 과일의 동그란 형태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거기에 더해 과일 무게나 크기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을 떠올리면 다양한 측정 도구들에 그려진 눈금을 그래픽 모티브로 삼아 브릭스 아래에 밑줄을 더해 로고타입을 완성했습니다.

온브릭스 로고타입 흑백 & 메인 컬러 버전

더 나아가, 저울에 원형으로 눈금이 그려진 모습은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무지개 스프링’을 떠올리게도 했는데요, 과일의 다채로움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 '객관성'과 '탐미'라는 약간은 상충하는 이미지를 곡선과 직선으로 풀어내기에도 적절한 것 같다고 생각해, 이를 주요 그래픽 모티브로 삼아 애플리케이션에서는 반원의 호와 직선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곡선은 주로 브랜드 가치관을 나타내는 제작물(후숙 과일 안내 리플릿, 상품 패키지, 인터널 제작물 등)에 사용하고, 직선은 보다 정보 전달의 목적이 강한 제작물(상세 페이지, 배너, 상품 안내 등)에 사용하는 가이드도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상품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파머스 기프트'와 명절 선물 세트 패키지 라인업

이렇게 브랜드의 얼굴은 새롭게 변했는데, 고객의 기억에 깊이 남을 태그라인이 없는 것이 영 허전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트리를 같이 만들어준 에디터님에게 온브릭스의 가치관을 한 줄로 요약하고 싶다는 요청을 드렸고, 고민 끝에 ‘당신의 과일 탐구 가이드’라는 훌륭한 태그라인과 브랜드 설명글을 더해 일차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완성했습니다.

온브릭스 브랜드 소개 페이지

여기까지 약 4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브랜드를 재단장하고 고객에게 어떤 타이밍에 선보여야 제일 좋을까 고민하다가, 조금 무리일 수 있지만 추석 명절이 가장 대목이고 고객을 만나는 일이 많으니 이때 적용하자고 생각해 다소 바쁘게 밀어붙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덴티티 리뉴얼부터 추석 행사 마케팅을 위한 이미지와 제작물에 동시 적용이 이루어졌습니다.

아이덴티티를 바꾸는 것은 일단락이 되었지만, 고객에게 이를 소개하고 인식하기 위한 다음 절차가 남아있었습니다. 이것은 다음 화에서…

 


📍 온브릭스 브랜드를 만드는 브랜드팀

기획: 한경희

브랜드 디자인: 한경희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김아현, 박인혜, 오새날, 한경희

에디터: 김성화

포토그래퍼: 안예슬